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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섯번째 이야기] “너는 좋은 고양이였어” 길고양이 장례 치러준 이유 – 양말이편

예전에도 대학교에는 꼭 건물 마스코트처럼 이름 붙여진 길고양이나 유기견이 한두 마리씩 있었던 것 같다. 오며 가며 많은 학생들이 보고 아는 체를 했고 그 개나 고양이는 종종 여러 개의 이름으로 불리기도 했다. 그러다가 시간이 지나면 어느 순간부터 보이지 않게 되었다. 관심이 있는 학생들 사이에서만 막연히 “요즘에 그 고양이가 왜 안 보이지?” 하는 의문이 돌다가 그마저도 사그라지곤 했던 것 같다. 살아남을 수 있는 이유보다 더 많은 이유로 쉽게 죽는 길고양이들은 학생들에게 각각의 추억만을 남겼다.

요즘은 각 대학교에서 학생들이 고양이 보호 동아리를 만들어 체계적으로 급식소를 운영하고 TNR을 신청하는 등 길고양이를 돌보기도 한다. 그래도 길고양이들은 수명을 다 채우지 못하고 종종 눈앞에서 사라진다. 계원예술대학교 고양이 보호 동아리 “난 도둑고양이가 아니다냥”에서는 최근 사고로 세상을 떠난 길고양이 양말이에게 장례를 치러 주며 추모했다.

 


인터뷰에 응해주신 양말이 보호자님 감사합니다.

계원예대 고양이 돌봄 동아리 ‘난 도둑고양이가 아니다냥’ 회장 신소민님

 

교내 고양이들 살찌우는 게 목표예요
교내 캠퍼스에서 보이곤 하는 고양이들이 안정적으로 살아갈 수 있도록 학생들의 힘으로 도와주고 싶다는 생각에 계원예대의 “난 도둑고양이가 아니다냥” 동아리가 탄생했다. 이 동아리의 최종 목적은 ‘교내 길고양이 살찌우기’다. 고양이들이 잘 먹고 잘 쉬며 늘 있던 그 자리에서 살아갈 수 있다면 충분하다.

 

Q. “난 도둑고양이가 아니다냥” 동아리는 어떻게 시작됐나요?


작년 이맘때쯤 만들게 되었어요. 학교에 사람 손을 타고 애교를 부리는 고양이들이 제가 파악한 바로는 5마리 정도 있거든요. 캣맘이 챙기기도 하지만 학교에서 지내는 고양이들이니까 저희가 공식적으로 돌보면 어떨까 하는 생각이 들었어요. 의외로 학교의 허락을 받는 건 어렵지 않았어요. 교내의 고양이를 자주적으로 돌보고 싶어 만든 동아리라서 저희도 ‘고양이를 돌보겠습니다’가 주된 활동이거든요. 활동 결과도 생각보다 좋아서 동아리 방도 얻게 되었어요.

 

 

Q. 주로 어떤 활동을 하는 거예요?


주로 교내에 설치한 3-4개의 급식소를 관리하고, 고양이들의 상태를 파악해서 아플 때는 병원에 데려가요. 따로 후원금은 모으기 어려워서 학생들 비용이나 텀블벅 등 여러 가지 활동으로 충당하고 있는데요. 작년에는 한 마리가 안충 수술을 하기도 해서 병원비로 가장 많은 비용을 썼던 것 같아요. 이번처럼 장례비용으로 사용하기도 하고요. 방학에도 10명 정도의 동아리원들이 밥을 주러 오고 있어요.

 

Q. 텀블벅은 어떤 내용으로 진행했나요?


저희가 학생이다 보니 돈은 없고, 미대생이라서 어떻게 수익을 낼 수 있을까 고민하다가 텀블벅을 하게 됐어요. 저희가 가지고 있는 기술이라고 할 수 있는 그림을 통해 고양이를 돕기 위해 고양이 뱃지를 만들었죠. 교내 고양이들 중에 본관이, 신재, 치즈 세 마리가 항상 몰려다니거든요. 그래서 그 세 마리를 모티프로 만들었어요. 그 수익으로 또 고양이들을 돌보고요.

 

 

이름이 여러 개였던 고양이의 사고
보호하려는 손길이 있어도 길고양이의 삶이 순탄하지는 않다. 이번에는 아직 세상을 채 살아보지도 못한 한두 살의 어린 고양이 ‘양말이’가 불의의 사고로 무지개다리를 건넜다. 예기치 못한 순간이 닥쳐왔을 때 우리가 할 수 있는 일은 많지 않을 때가 많다. 다만 그 아이를 마음에 담고 기억하는 수밖에.

 

Q. 이번에 장례를 치른 고양이 ‘양말이’와의 첫 만남 기억나세요?


저쪽 백운호수 근처에 보리밥집이 많아요. 그런데 그쪽에서 음식물 쓰레기를 먹으면서 열악한 환경에 있는 고양이가 많다고 들었어요. 그래서 그쪽에 있는 아이들이 사료를 먹으러 학교 쪽으로 넘어올 수 있도록 급식소를 하나 새로 세우려고 위치를 잡았는데, 그쪽에서 본관이랑 닮은 고양이가 한 마리 발견된 거예요. 그 고양이는 보리밥집 쪽에서 횡단보도를 자주 넘나드는 아이였는데, 어떤 분들은 레오라고 부르고 어떤 분들은 양말이라고 불렀어요. 위험한 위치에서 살고 있다는 걸 알게 되어서 학교로 이동을 시켜야겠다고 생각했죠.

 

Q. 그럼 양말이를 위해서 급식소를 새로 만들었나요?


횡단보도를 자주 건너면 로드킬의 위험이 있잖아요. 사태 파악을 하자마자 회의를 해서 학교 쪽으로 이주시키는 프로젝트를 진행하기로 하고 일부러 그쪽에 급식소를 설치했죠. 그런데 그렇게 시도한 지 1, 2주 만에 양말이가 사고를 당해 무지개다리를 건넌 거예요.

 

 

Q. 어떤 사고였나요?


평소 다니던 길과 조금 떨어진 외진 곳에서 교통사고가 났다는 제보를 받았어요. 연락을 받고 가보니 학교 위쪽으로 도보 10분 거리쯤에서 사고가 났는데, 아마 3시간여 그대로 방치되어 있었던 것 같아요. 나중에 아이 상태를 살펴보니까 안구돌출이 되기는 했지만 그 외에 심한 상처는 없었어요. 그걸로 봐서 아마 사고 자체보다 출혈이 큰 채로 방치되어 죽은 것 같아요. 어찌할 수 없을 만큼 다친 것이아니라서 더 슬펐어요. 더 빨리 발견했다면 구조할 수 있었을 텐데… 겨우 한두 살쯤 된, 작은 고양이였어요.

 

Q. 양말이는 학생들에게 어떤 존재였나요?


양말이라는 이름으로 지칭하지 않았어도 그 고양이의 존재를 기억하는 분들이 많았어요. 아이가 떠난 뒤 학교 익명 게시판에 ‘나는 원래 고양이를 무서워했는데 처음으로 나에게 악의 없이 다가와준 고양이였다’는 글이 올라오기도 했어요. 고양이에 대한 경계심을 허물어주는 고양이였다고 말이에요. 양말이가 떠났다는 사실을 알고 나서 많은 학생들이 양말이를 추모하고 싶어 했어요.

 

 

 

길고양이에게 장례를 치러주기로 했다
양말이는 길고양이였지만 마지막 가는 길 장례를 치러주고 싶다는 생각에 아무도 이의를 제기하지 않았다. 계원예대 학생들과 짧든 길든 인연을 맺은 아이였으니까. 그리고 양말이는 많은 학생들에게 참 좋은 기억을 남겨준 고양이였기 때문에.

 

 

Q. 길고양이에게 장례를 치러줘야겠다는 생각은 어떻게 하게 되었어요?


저도 키우고 있는 고양이가 장애묘라서 목숨이 위태로운 시기가 있었어요. 그래서 이 아이가 떠나면 어떻게 해야겠구나 하고 미리 반려동물 장례에 대해 알아두긴 했어요. 그래도 길고양이에게 장례를 치러주는 건 처음이었는데요. 저희랑 오래 함께 지낸 아이는 아니지만 함부로 쓰레기통에 가는 건 너무 안타까웠거든요. 학교에서 학생들이랑 함께했던 시간을 추억해주고 싶어서 장례를 치르기로 결정했죠.

 

Q. 동아리 학생들의 의견이 쉽게 모아졌나요?


양말이의 사고를 발견한 게 밤 9시경이었는데, 누구도 장례를 치르는 것 자체에 대해서는 이견을 내지 않았어요. 장례를 어디에서 치를 것인지, 새벽에도 가능한지 등 현실적인 부분에 대해서 논의를 했던 것 같아요.

 

 

Q. 새벽에 장례를 치르는 곳을 쉽게 찾을 수 있었나요?


그렇잖아도 사고 후 아이를 길에 방치되도록 두었다는 미안함 때문에 가능한 빨리 장례를 치러주고 싶었는데요. 그때 21gram의 도움을 받았어요. 이전에 인터파크펫을 이용하다가 우연히 이런 서비스가 있다는 것을 알게 되었는데, 21gram이 24시간 서비스라던 게 기억났어요. 21gram에 장례식장에 대한 정확한 정보가 모여 있는 덕분에 24시간 이용할 수 있는 장례식장을 세 군데 꼽을 수 있었고 그 중 제일 가까운 곳을 선택했죠. 그냥 검색하다 보면 24시간 이용 가능하다고 해놓고도 연락이 안 되는 곳도 있더라고요.

 

Q. 21gram의 24시간 서비스가 도움이 되었군요.


밤 12시에 장례를 치렀는데도 그 시간에 바로 상담을 하고 여러 가지를 차근차근 선택할 수 있어서 좋았어요. 그 덕분에 저희가 우왕좌왕하지 않고 빨리 조치를 취할 수 있었던 것 같아요.

 

Q. 장례를 치르고 나니 기분이 어땠어요?


반려동물 장례식장에 가본 건 처음이었는데, 규모가 크고 시설이 좋아서 깜짝 놀랐어요. 길고양이였지만 장례를 치러주지 않았으면 마음이 무거웠을 것 같아요. 저희는 고양이 보호 동아리인데 보호하지도 못하고 떠나는 길도 함께해주지 못 했으면 너무 미안했을 거예요. 어느 정도 마지막까지 해줄 수 있는 걸 해줬다는 점에 대해서 조금은 위안이 되었어요.

 

 

양말이를 기억하는 방법
많은 학생들이 각자의 추억으로 양말이를 기억했다. 적어도 양말이는 많은 길고양이들처럼 이름 없이, 그 자리에 있었는지도 모르게 짧은 생을 마감하고 그저 사라진 것이 아니다. 틀림없이 양말이도 학생들의 애정과 추억을 마음속에 간직한 채 떠나지 않았을까.

 

Q. 장례 후 교내에 양말이 추모 공간을 만들었다면서요?


장례를 치른 뒤 양말이가 사용하던 급식소에 추모 공간을 마련했어요. 그 급식소에 밥 주러 가면 양말이가 사료통을 보고 쫓아오고 배웅도 해주고 그랬던 장소거든요. 학교에 양말이의 사고 소식을 알리고 포스터도 붙였어요. 그랬더니 많은 분들이 학교 게시판에 추모 글을 올리며 양말이에 대한 사진, 기억, 에피소드 같은 것을 서로 공유했어요. ‘맨날 마주치던 고양이였는데’, ‘그 고양이는 그렇게 착하고 순했는데…’ 하면서 안타까워하기도 하고요.

 

 

Q. 어찌 보면 금방 잊히는 길고양이의 죽음, 알리고 추모한 이유는 무엇이었나요.


양말이는 많은 사람들한테 좋은 고양이였어요. 고양이 하면 떠오르는 부정적인 이미지를 많이 깨주었던 고양이기 때문에 그 의미를 다시 새겨주고 싶었어요. 양말이는 그런 고양이였으니까.

 

Q. 양말이는 많은 사람들에게 추억을 남기고 무지개다리를 건너면서 어떤 생각을 했을까요?


길에서 살았어도 양말이는 좋은 사람들의 손길을 만나고 많은 친분을 쌓았을 거예요. 사람들이 꼭 나쁜 건 아니라는 거, 사람과의 인연과 유대감을 통해 꼭 해코지를 당하는 게 아니라 좋은 일도 있었다는 거… 많은 사람들이 그런 양말이를 기억한다는 거. 그런 걸 아는 고양이였으면 좋겠어요.

 

 

Q. 장례를 치러주며 마지막을 함께한 양말이가 오래 기억에 남을 것 같아요.


비록 양말이를 구해주지 못했지만 우리는 할 수 있는 일을 했다고 생각해요. 또 이게 끝이 아니라 남은 아이들이 있으니까요. 양말이를 기억하는 한편 저희 동아리는 길고양이들의 삶을 위해 더욱 힘낼 거예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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