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감하다

마지막까지 경건하게 보낸 장례, 자루가 복이 많은가 봐요-21gram 인터뷰 자루편

2018년 1월, 21gram은 반려동물 온라인 장례예약서비스를 시작했습니다.

서비스 출시 2달, 21gram을 통해 반려동물과 따뜻한 작별인사를 한 보호자를 만나며 그들의 이야기를 들어보았습니다.

17살의 노견과 산다는 것은 어떤 것일까. 17살에 무지개다리를 건넌 퍼그 ‘자루’와 함께한 가족들은 그 시간을 겪으며 압축된 삶의 흐름을 배웠다. 제대로 걷지도 배변을 가리지도 못하는 노견을 옆에서 챙기는 일은 실로 고되었지만, 단순한 동물이 아니라 가족이라고 생각할 수밖에 없는 깊은 교감이 그 관계 속에 있었다. 헤어짐은 끝내 다가왔지만, 적어도 아름다운 시간이었고 정성을 담은 이별이었다. 그 마지막의 순간에 21gram이 함께했다.

인터뷰에 응해주신 자루보호자 두 분께 감사드립니다.

보호자① 최헌자(母) 보호자② 김미한(女)

 

 

우리 가족의 삶을 바꿔놓은 아이

자루는 가족들이 가장 힘들었던 시기에 왔다. 그리고 1년 뒤에 우연히 입양하게 된 시루와 함께 가족들을 웃게 해준 고마운 존재였다고. 자루가 떠난 뒤 가족들 곁에는 16살의 코카스패니얼 시루가 남아 있다. 최헌자 여사와 김미한 씨 모녀가 자루와 만남부터 작별까지의 이야기를 들려주었다.



Q. 자루, 시루. 이름이 특이한데요.

제가 이름을 지었는데, 각각 풀네임은 돈자루와 떡시루예요(웃음). 처음 강아지를 키우기 시작한 17년 전, 당시 저희 아버지가 중풍으로 갑자기 몸이 불편해지며 명예퇴직을 하게 되셨어요. 집에도 한창 돈이 많이 들던 시기에 갑자기 일을 그만두게 됐으니 너무 우울해 하셨고요. 연고가 없는 곳으로 떠나서 살고 싶어 하셔서 청주로 가게 됐고, 그때 개를 키우게 된 거예요. 가족 중 누군가가 긴 병을 앓으면 다들 점점 말이 없어져요. 분위기가 점점 암울해지는 걸 느끼면서 동생이랑 제가 합심해서 개를 데려오기로 했죠. 개라는 매개체가 있으면 그래도 가족들이 말을 좀 하지 않을까 싶어서. 그때 ‘우리 집에 없는 게 뭘까? 돈이랑 먹을 게 떨어지지 않으면 좋겠다’ 해서 돈자루, 떡시루라는 이름을 붙였어요.

 

 

Q. 실제로 강아지를 키우면서 분위기가 달라졌나요?

정말 많이 좋아졌어요. 자루한테 계속 말을 걸게 되고, 가족들끼리도 말이 훨씬 늘었어요.

그때 정말 위기를 느끼고 있었거든요. 대학을 다니면서 한 달에 한 번씩 집에 갔는데 갈 때마다 분위기가 나빠지고 있었어요. 그러다 데려온 자루의 존재가 엄청나게 컸던 것 같아요. 아빠는 자식들이랑 못 하는 얘기를 자루랑 하시고 그랬죠. 특히 기억나는 게, 아버지는 한쪽 몸의 신경이 죽으면서 그쪽 몸이 항상 차가웠어요. 그래서 늘 따뜻한 걸 대주라고 물리치료사한테 배웠는데, 개는 난방기만큼 따뜻하잖아요. 근데 잘 때가 되면 꼭 자루가 그런 아빠 옆에 붙어서 자더라고요. 저희 아빠가 원래는 개를 싫어하는 분이고, 집안에서 개를 키우는 걸 상상도 못하는 분이었어요. 그런데 자루가 예쁜 짓밖에 안 하니까 예뻐할 수밖에 없었던 거죠. 아빠가 가족들 몰래 고기도 나눠 주고 그랬어요. 나중에 자루가 6살 때쯤 아빠가 돌아가셨는데 장례 후에 돌아와 보니 자루는 그 빈 침대에 올라가서 앉아 있더라고요.



Q. 꼭 가족들 마음을 다 알았던 것 같네요.

정말 영리했거든요. 한번은 어디 나갔다 늦게 오니까 자루가 밥그릇을 입에 물고 오더니 턱 내려놓고 쳐다보는 거예요. 그리고 음악도 좋아했어요. 음악을 틀어주면 가만히 귀를 기울이고 들었어요. 라디오에서 그 노래가 나오면 ‘왈!’ 하고 짖어서 알려주기도 하고. 꽃다발이 있으면 가까이 가서 냄새 맡고. 감성적인 강아지였던 것 같아요.

 이건 엄마피셜이에요. ‘내 새끼 천재’라는. 아시죠?(웃음)

맞아요. 하지만 정말 우리가 하는 얘기가 다 전달되는 느낌이었죠.

 

 

 

이제 헤어질 때가 되었다는 아주 늦은 예감

항상 아기처럼 느껴지는 내 귀여운 개가 빠르게 나이를 먹고 있다는 사실을 우리는 잘 모른다. 개는 우리보다 빨리 늙고, 그 노화의 신호를 실감해본 적이 별로 없다. 믿고 싶지 않지만, 마음의 준비는 필요하다.



Q. 언제 내 개가 나이를 먹었다는 걸 느끼셨나요?

자루는 얼굴 털이 검은 색이어서 원래는 밤에 산책을 나가면 구분이 안 될 정도였어요. 그런데 점점 얼굴이 수염처럼 하얘져서, 막연하게는 나이를 먹어서 그렇다고 생각했죠. 동네에 나지막한 꽃과 나무들이 자라서 자루가 산책하기 좋아하는 코스가 있었는데 언제부턴가 못 걷겠다고 버티더라고요. 집에서 소파나 침대에 점점 못 뛰어 올라오게 되고, 여름에는 더 쉽게 지치고. 그래서 산책을 나갔다가 못 걷는다고 할 때면 남편이 들고 오고 그랬어요.

그게 한 11살 넘어서부터였던 것 같아요. 근데 아이가 점점 늙고 몸이 약해진다는 걸 제대로 알아주지는 못했어요. 그런 징조를 본 적이 없으니까 세심하게 챙겨주지 못해서 그게 참 미안하네요.

Q. 헤어짐을 짐작하셨나요?

그때까지도 못했어요. 아이가 늙고 건강이 약해지고 있는 거였는데 그저 뚱뚱하니까, 원래 운동을 싫어하니까, 그렇게 생각했어요. 외견상으로는 털 색깔이 좀 바뀐 것 말고는 달라진 게 없으니까 더 그랬죠.

아마 떠나기 1년쯤 전부터 눈 색깔이 바뀌기 시작했던 것 같아요. 원래는 저희가 ‘블랙펄’이라는 별명을 붙여 줬던 짙은 푸른빛을 띠는 눈이었는데 백내장 때문에 한쪽 눈이 완전히 하얘졌어요. 귀가 잘 안 들리니까 잠만 자고요. 목욕시키다가 코에 물이 들어가면 어릴 때는 알아서 흥 하고 뱉었는데 나이가 드니까 순간적으로 숨이 막혀서 몸이 늘어지는 거예요. 그럴 때 엄마가 본능적으로 압박을 해서 살리기도 하고…….

그러다 한 6, 7개월 전쯤부터는 스스로 걸어서 배변을 가리지 못하게 돼서 사실 참 힘들었어요. 계속 붙어서 돌봐줘야 했죠.

 어느 날은 옆에서 물끄러미 자루를 보고 있는데 느낌이 좀 안 좋은 거예요. 그냥 올해를 넘길 수 있을지 모르겠다는 그런 직감이 왔어요. 해외에 있는 동생한테 ‘올해가 자루한테 되게 중요할 것 같아’라고 말해뒀어요.

떠나기 일주일 전부터는 거의 안 먹으려고 하더라고요. 먹어야 살지, 하면서 먹여줘도 먹지 않고…



Q. 마지막 순간엔 어떻게 보내주셨는지.

원래 배변을 그때그때 치워줘야 해서 외출을 길게 못하는데 그날따라 외출해서 평소보다 조금 늦게 돌아왔어요. ‘자루, 늦게 와서 미안해~’ 하면서 얼른 들어가서 보니까 자고 있는데 만져보니까 몸이 따뜻해요. 근데 혓바닥이 나와 있어서 등도 두드려주고 하는데 몸이 축 늘어지더라고. 얼마나 미안하고 안됐는지, 내가 오줌도 못 치워줬는데 이 깔끔쟁이가…

 

 

마지막까지 따뜻하게 이별하는 법

자루가 떠나고 나서 어머니는 한동안 자루를 끌어안은 채로 있었다. 15분 거리에 사는 딸과 사위가 달려와 그제야 장례를 위한 절차를 진행할 수 있었다. 오늘도 그간의 여러 날들과 비슷한 하루일 줄 알았는데, 막연히 먼 일로만 생각했던 이별의 순간이 다가온 것이다. 바로 한 달 전쯤 우연히 21gram을 알게 된 딸 미한 씨가 우선 전화를 걸어 상담을 진행했다.



Q. 반려동물 장례식이 있다는 건 알고 계셨어요?

장례식장에 대해서는 몰랐지만, 화장하지 않으면 쓰레기봉투에 폐기물로 처리된다는 것은 알고 있었어요. 동물병원에 맡겨도 그냥 봉투에 넣어 버린다는 얘기가 있더라고요. 그건 절대 할 수 없었죠. 그냥 화장해야겠다고만 막연하게 생각하고 있었어요. 남편 집이 시골이라 고향에 있는 사과밭에 뿌려주고 싶다는 생각도 했는데 매장, 매립도 우리가 하고 싶다고 하는 게 아니더라고요. 합법적이면서도 아름답게 보내는 방법이 있었으면 좋겠다고 생각만 하다가 잊고 살았어요. 그러다 우연히 지인을 만나 21gram 리플렛을 받게 된 거예요. 마치 누가 보면 갈 날을 알고 준비한 것처럼. 그러고 나서 불과 한 달 만에 아이가 떠났어요.

그때 딸이 21gram 리플렛을 전달해주면서 ‘무슨 일 생겼는데 혹시 내가 전화를 안 받으면 여기에 전화해’ 하고 당부해서 미리 꼼꼼히 읽어뒀어요. 무엇보다 장례 서비스가 있다는 사실을 알고 나니 그래도 참 마음이 놓이더라고요. 우리 자루는 우리가 키워온 정성처럼 끝까지 곱게 후회 없이 보내줄 수 있겠구나. 마지막까지.



Q. 21gram을 통해 장례절차를 진행하셨더니 어떠셨나요?

아마 제가 안 갔으면 엄마는 한참 동안 자루를 안고만 있었을 거예요. 저도 위기 상황에서 침착한 편인데도, 어느 순간 사람이 멍해지더라고요. 그때 21gram에 어떻게 해야 하는지 물어보고, 매뉴얼대로 아이를 눕히고 감쌌죠. 그 다음 21gram 웹사이트로 접속해서 다음 날 이른 시간에 맞춰서 경기도 오포읍에 있는 한 장례식장을 예약했어요. 사실 경황이 없으니 장례식장을 찬찬히 살펴볼 수가 없잖아요. 다행히 21gram에서 합법적인 장례식장 정보를 제공하고 있으니까 거기서 추천 받아서 선택했고, 예약할 때 결제까지 마쳤어요. 그리고 새벽 6시 반쯤 출발해서 장례식장으로 간 것 같아요. 픽업 서비스가 있지만 저희는 신청하지 않고 직접 갔어요. 사실 매뉴얼대로 따라하다 보니 그 과정 자체는 너무 매끄러워서 이렇게 쉬워도 되나 싶을 정도였어요.

우리 마음이 혼란스러운 와중에도 차근차근 일러주니까 마음이 참 놓였답니다.

 

 

Q. 장례식장에서는 어떻게 진행되었나요?

도착해서도 장례지도사와 상담을 하는데 굉장히 차분하게 과정을 설명해 주셔서 좋았어요. 반려동물등록번호와 등록 당시 주인의 신상을 쓰고, 진행할 서비스 옵션을 상담하는 데 30분 정도가 걸렸어요. 이후 3시간쯤 화장하고 추모실에서 기다렸고요. 추가적으로 관이나 유골함 등 선택할 수 있는 옵션은 원하면 해도 되지만 저희는 미리 21gram을 통해 가이드를 받고 기본장례 비용만 결제했어요. 만약 자루에게 더 필요한게 있다면 현장에서 확인하고 추가로 해주려고요.

사람 장례식장보다 더 예의바르게 해주셔서 이렇게 엄중히 대해주는 게 고맙더라고요. 우리 자루 복이 많구나 싶었답니다. 그렇게 정성껏 보내고 나니까 허무하지 않고, 우리가 예뻐한 만큼 그 장례식장 사람들도 우리 자루를 그렇게 대해줬다는 사실이 좋더라고요. 하나의 동물로 취급하지 않고 그 죽음에 대해서 예의를 갖춰준다는 사실이 감사했어요.

사실 적지 않은 분들이 반려동물에게 장례를 치러주는 것을 오버라고 생각해요. 저희 시부모님들만 해도 돈을 주고 아이를 장례식장에서 보냈다는 걸 알면 깜짝 놀라실 거예요. 하지만 반려동물과 살아온 가족 입장에서는 돈이 전혀 아깝지 않을 정도로 후회가 없었어요.



Q. 진행에 불편한 점은 없으셨나요?

웹으로 장례식장을 선택하고 결제하는 과정을 거치는데 저는 모바일 사용에 전혀 어려움이 없었지만 엄마가 혼자 해야 했으면 웹으로 예약하기는 어려웠을 것 같아요. 그래서 제가 직접 예약하면서 잘 모르는 건 21gram 고객센터로 통화하면서 해결했어요. 늦은 시간이었는데 잘 응대해주셔서 큰 불편함 없었구요.

그래도 다행이었던 건 도와주는 곳이 있다는 걸 미리 알고 있었다는 거예요. 딸이 말해주길 전화하면 그쪽에서 출장을 올 수도 있고, 당황하지 않도록 안내하고 도움을 줄 거라고 해서 일단 안도감이 있었어요.

 

 

Q. 이후 어떻게 자루를 기억하고 계신가요.

유골함을 집에 간직하고 있어요. 장례식장에서 준 상태로 3년 정도는 보관해도 괜찮다고 하더라고요. 아직 내 마음이 정리가 안 되어서 집에 잘 두려고요. 시루도 나이가 많으니까, 16년 동안 둘이 안 싸우고 사이좋게 살았으니 나중에 함께하게 해주고 싶기도 해요.

자루를 화장할 때는 순면 소재로 된 것만 함께 태울 수 있다고 해서 자루가 항상 끌어안고 살던 푸른색 티셔츠를 함께 태웠어요. 제 SNS 프로필에 있는 자루 사진도 그대로고, 예전에 찍은 사진도 냉장고에 그대로 붙어 있어요. 억지로 잊거나 이겨내려 하지 않으려고요. 21gram에서 당시 장례 고객에게 아이의 일러스트 엽서를 선물해 주는 이벤트를 하셔서 받은 그림도 잘 간직하고 있어요.



Q. 반려동물과의 작별을 앞둔 다른 보호자들에게 당부를 남긴다면요?

저희는 늙는 것에 대해 잘 모르고 가야 할 날이 얼마 안 남은 것도 겪기 전에는 알아채기 어렵잖아요. 그러니까 미리 어떤 ‘신호’가 있으면 미리 장례식장도 찾아보고, 절차도 알아보고, 준비해야 한다는 필요성을 이번에 느꼈어요. 특히 반려동물이 식음전폐를 한다는 건 직접적인 신호인 것 같아요.

 

 

자루가 우리에게 남긴 것

동물은 사람이 아닌 ‘애완’ 존재라고 여기는 이들도 있다. 하지만 노견과 함께한 시간이 가족에게 남긴 것은 그런 단순한 프레임으로는 도저히 설명할 수 없는 의미였다.

 

자루와 살았던 마지막 1년간 우리가 인간다움을 보여주기 위해서 노력하고 있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긴 병에 효자 없다고 하잖아요. 사람들은 보통 자신이 괜찮은 사람이라고 생각하지만, 사람보다 훨씬 가볍고 작은 동물인데도 사실 케어하기가 너무 힘들었어요. 하지만 늙은 내 개를 대하는, 그 생명을 대하는 자세를 통해 스스로 인간다움을 증명한 느낌이에요. 그리고 개의 일생을 통해 사람의 일생을 들여다봤어요. 결국 태어나고 청춘을 보내고 늙어가는 그 과정이 우리의 모습이기도 하니까요. 자루의 삶을 끝까지 함께한 것은 생명에 대한 저의 인생 공부가 되었어요.

노견을 키우는 건 힘든 일이에요. 저 같은 노인에게는 더 힘든 일이었어요. 하지만 조금 키우다 내버리고, 동물병원에 버리고 오고, 그러지 말고 끝까지 책임졌으면 좋겠어요. 마지막까지 서로 고마운 마음으로 이별할 수 있도록……. 저희도 끝까지 함께할 수 있어 좋았고, 마지막까지 정성스럽게 보내줄 수 있어서 참 후회가 없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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