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감하다

[칼럼] ‘고양이를 괜히 키웠나?’ 사랑의 양면성


친구는 3살 아기를 어린이집에 맡기고 잠깐 낮에 시간을 내어 나왔는데, 어린이집에 가기 싫다며 울던 아기의 모습이 영 마음에 걸린다고 했다. 어떨 때는 재미있다고 잘 놀고 오다가도, 어떨 때는 친구들도 싫고 선생님도 싫다며 운다는 것이다. 최근 어린이집에 대한 이런저런 이슈도 많다 보니 이래저래 마음이 편하지 않다고 잠시 표정이 어두워졌다.

당장 어린이집도 가기 싫다고 우는 아기가 초등학생이 되었을 때 학교는 잘 다닐지, 학교에서 친구들과는 잘 어울릴지, 중고등학생이 되었을 때 심하게 사춘기가 와 엇나가지는 않을지, 나중에 커서 좋은 남자를 만날 수 있을지… 아기 한 명을 키우면서 떠올릴 수 있는 걱정거리는 그야말로 산더미였다. “마음을 좀 편하게 먹는 게 좋지 않을까?” 그렇게 말해보기는 했지만 친구의 마음을 나도 어렴풋이나마 헤아릴 수 있을 것 같았다.

사실 나는 전날 밤의 꿈에 달이가 나왔다. 달이는 약 2주 전쯤 뒷다리에서 링웜이 발견되어서 매일 두 번씩 약을 먹이며 치료하고 있는 중이다. 그동안 피부를 핥지 못하도록 넥카라를 쓰고 있어야 했는데, 동그란 넥카라를 쓴 모습이 귀여우면서도 미안하고 안쓰러웠다. 그날 꿈속에서는 달이의 링웜 부위 옆에 또 다른 붉은 상처가 있는 것을 발견했다. 어떡하지, 내가제대로 관리를 못 해줘서 번진 건가, 하고 안절부절못하며 초조해하고 있다가 잠이 깨었다. 나는 종종 고양이들이 아픈 꿈을, 그리고 때로는 고양이를 잃어버리는 꿈을 꾼다.

 


사랑을 해본 사람이라면 누구나 사랑의 양면성에 대해 알고 있을 것이다. 사랑에 빠지면 그 순간부터 세상은 전혀 다른 곳이 된다. 똑같은 침대에서 잠을 자고 일어나도 아침이 설렘으로 반짝이고, 평범하게 길을 걸을 때에 도 상대가 좋아하는 것을 발견하면 자기도 모르게 슬쩍 미소가 고인다. 사랑을 하지 않고 있을 때에 비해서 세상에서 느낄 수 있는 즐거움이 훨씬 
증폭된다는 느낌이랄까.

하지만 내가 느낄 수 있는 행복 그래프의 최대 눈금이 올라가는 만큼 반대로 우울하고 괴로운 감정의 폭도 넓어진다. 사랑하는 사람과 마음이 어긋났을 때, 말랑해진 마음에 무심코 상처를 입혔을 때, 그가 아프거나 다쳤을 때, 그리고 내 세계에서 완전히 떠나버렸을 때. 혼자였다면 영영 몰라도 좋았을 괴로움의 감정이 폭풍처럼 나를 덮친다.


“소중하게 여기는 게 생기면 삶이 그만큼 피곤하지, 무섭지.”

때로는 감당하기 어려울 만큼 요동치는 감정의 그래프를 떠올리며 말했다. 아기를 지키기 위해서 더 강해질 수밖에 없는 엄마가 된 친구는 고개를 끄덕였다.

최근에도 종종 SNS나 메일을 통해서 모르는 사람들에게 연락이 올 때가 있다. 예전에 제이의 항암 치료를 하면서 당시의 진행 과정을 글로 남겼는데, 자신의 고양이가 림프종에 걸렸다는 사실을 알게 된 집사들이 검색을 하다가 내 글에 닿는 경우가 있는 모양이었다. 그들은 제이가 암에 걸렸다는 사실을 처음 알았을 때의 나처럼 불안한 마음을 부여잡고 제이는 지금 잘 지내느냐고 물어온다. 완치가 없는 항암 치료를 시작해야 할지 말아야할지, 치료 과정은 고양이에게 고통스럽지 않을지, 치료 후 예후는 어떠한지, 온갖 것들이 걱정스러운 그 마음을 알기에 나도 최대한 자세한 답변을 주려 노력하는 편이다.


하지만 제이의 경우는 하나의 케이스일 뿐, 결국 정답은 없기에 모든 결정은 보호자에게 달려 있다. 아픈 것은 고양이지만 소중한 대상을 지켜보며 고군분투하는 것은 보호자가 홀로 겪어내야만 하는 과정이다. 내게도 반려묘의 힘든 투병을 지켜보는 것은 내가 사랑하는 하나의 세계가 부서지고 무너져 내리는 경험이었다. 그럼에도 우리는 내가 지키지 않으면 안 되는 작고 약하고 소중한 존재를 기꺼이 나의 삶에 받아들인다.

제이의 항암치료 이후에 달이를 셋째로 입양했을 때에도 실은 이 고양이에게 너무 마음을 쏟지 말아야 하는 게 아닐까 하고 잠깐 생각했다. 고양이에게 무슨 일이 생기면 이렇게나 고통스러운데, 고양이를 괜히 키우는건 아닐까? 하지만 나는 또 어쩔 수 없이 사랑에 빠지고, 내 마음을 안전한 울타리 안에 넣어 지키는 것보다 차라리 달이를 조금 더 따뜻하게 해줄 수 있는 방법을 고민한다.

가을방학의 노래가사처럼 ‘언젠가 너로 인해 많이 울게 될 것이라는 걸’ 알지만, 고양이들이 먼저 나를 떠나리라는 두려움 앞에서도 그 아이들을 괜히 만났다고 후회한 적은 없었다.

 

12
SNS 공유하기
목록으로
일반상담 긴급상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