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감하다

[칼럼] 아픈 고양이를 입양했다

아픈 고양이를 입양했다. 처음부터 그러려던 것은 아니었다. 첫째 고양이 제이의 길고 비싼 항암 치료를 두 차례나 거친 우리 부부에게 고양이의 가장 훌륭한 미덕은 바로 건강이었다. 그런데 최근 무슨 바람이 불었는지 남편이 자꾸만 나에게 셋째를 입양하자고 졸랐다. 나는 우리가 세 마리를 정말 키울 수 있겠느냐고 말렸지만, 그는 벌써 마음속으로 찜해둔 고양이가 있는 모양이었다.

항상 예쁜 새끼 품종묘를 키우고 싶다고 하던 남편이었는데 의외로 그가 마음에 담아둔 고양이는 보호소에서 4년이나 있었다는 크림색 성묘였다. 입양할 가족을 찾는다는 글은 무려 반년 전에 커뮤니티에 올라와 있었는데 연락해 보니 아직 입양을 가지 못했단다. 나는 아직 마음을 정하지 못하고 갈팡질팡한 상태여지만, 남편이 하도 집요해서 일단 보호소로 가서 아이를 만나보기로 했다. 실제로 보면 괜히 정이 들까봐 망설여지는 한편, 이것도 인연이라면 나름대로 좋은 일이라는 생각도 반쯤 섞여 있었다.

 

일산의 인적 드문 길을 구불구불 들어가 한 보호소에 도착했다. 80여 마리의 유기견들이 사람을 반기는 견사를 지나 가장 안쪽에 있는 묘사에 들어가자 사진으로만 봤던 그 크림색 고양이가 있었다. 평소 묘사에 봉사자들이 오면 가장 먼저 마중을 나오는 아이라는데, 그날따라 우리를 보더니 심드렁하게 구석으로 들어가 버리는 것이었다. 그리고는 아예 잠을 잘 기세로 눈을 감아 버리더니 아무리 애타게 불러 봐도 좀처럼 나오려고 하지 않았다. 결국 이렇다 할 교감 없이 짧은 만남이 지나가고 말았다.

집에 돌아오는 길에 그 크림색 고양이의 퉁명스러운 얼굴이 떠올랐다. 크림색 털에 파란 눈, 집에서 예쁨 받으면서 지내면 지금보다 훨씬 더 예뻐질 게 분명한데…… 무엇보다 왠지 시무룩해 보이는 표정이 마음에 걸렸다. 그 옆에는 사람을 보고 몸을 비비며 적극적으로 애정 표현을 하는 아이도 있었는데, 그 크림색 고양이는 또 앞으로 얼마나 오랫동안 보호소에 머물게 될까?

결국 우리는 바로 다음 날, 그 고양이를 입양하기로 결정했다. 보호소에서 데리고 나오기도 전에 연한 노란빛 털을 보고 벌써 ‘달’이라는 이름을 지어두었다. 길에서든 보호소에서든 외부에 있던 고양이를 집으로 데려가기 전에는 먼저 동물병원에 들러 건강 상태를 확인해야 하고, 또 혹시나 집에 있는 고양이들에게 옮을 만한 질병이 없는지도 점검해야 한다. 격리 기간을 정하고 합사를 준비하기 위해서다.

 

달이는 보호소에서 예전에 구내염을 앓았지만 발치하고 지금은 나았다는 말을 들었다. 그런데 동물병원에서 선생님이 달이의 잇몸을 들여다보시고는 한숨을 푹 쉬었다.

“보이시죠. 구내염이 너무 심한데요?”
“네? 지금도 구내염이 심해요?”
“이전에 발치하고 남아 있는 송곳니도 나중에는 결국 다 빠질 거예요. 그리고 구내염은 낫는 병이 아니에요. 평생 치료해야 해요.”

달이에게서는 심한 냄새가 나고 입 주변이 침 때문에 갈색으로 변해 있었다. 집에서 관리하면 깨끗해지리라 생각했는데 그게 구내염 때문이었던 것이다. 평생 관리해야 한다는 말에 일순 마음이 무거워졌다. ‘헉, 하필……’ 하는 마음이 들지 않았다면 거짓말일 것이다. 아픈 고양이와 살아본 적이 있기 때문에, 집에 아픈 고양이가 있다는 것이 쉽지 않다는 걸 알고 있기 때문이다. 수의사 선생님이 애매하게 덧붙이셨다.

“건강한 고양이를 데려오지 그러셨어요.”

 

하지만…… 우리가 데려오지 않았으면 달이는 보호소에서 구내염인 줄도 모르고 또 한동안 그렇게 지내야 하지 않았을까? 적어도 달이는 우리를 만나서 치료 받고 조금 더 질 높은 삶을 살게 될 기회를 얻은 것이 아닐까? 혹시나 달이를 입양한 걸 후회하는 마음이 들까봐 스스로 경계가 됐지만, 너무 순하고 착해서 더 짠한 달이를 보고 있자니 그래도 차라리 다행이라는 생각도 들었다. 구내염은 적어도 죽는 병은 아니다. 물론 스테로이드 약을 처방받았고, 오래 먹으면 부작용이 생기는 약이라 신중한 관리와 판단이 필요할 것 같다. 하지만 할 수 있는 데까지 힘껏 치료하고 관리하면 적어도 지금까지보다는 나은 삶이 될 것이다.

예전에 한쪽 눈이 적출된 고양이를 입양한 부부를 만난 적이 있다. 그들 부부는 고양이 한 마리를 이미 키우고 있었고, 둘째 계획은 전혀 없었다고 한다. 그런데 우연히 한쪽 눈이 없는 그 고양이를 보는 순간 마음이 동해 둘째로 입양하게 되었다는 것이다. 눈이 불편한 건 조금도 문제가 되지 않는다고 했다. 이런 일들을 보면 ‘묘연’에 대해 생각하게 된다. 사람이 제 짝을 찾아 만나는 것처럼, 아픈 고양이를 만나는 것도 우리가 결국 만나야 하기 때문인지도 모르겠다.

 

달이가 우리 집에 온 지 겨우 2주, 아직은 달이가 우리를 썩 마음에 들어 하는지는 잘 모르겠다. 밥 먹을 때 빼고는 자꾸 시무룩한 얼굴을 하고 있다. 하지만 길고양이였던 첫째, 대학가에 버려진 유기묘였던 둘째 고양이와 가족이 되면서 배운 건, 사랑하는 마음은 반드시 통한다는 것이다. 복도에 사람 소리만 나도 소파 밑으로 숨어 버리는 이 겁 많은 고양이도 언젠가는 우리가 곁에 있다는 것만으로 마음을 놓고 안심할 수 있는 날이 올 것이다. 우리가 달이를 선택했듯, 달이도 우리에게 마음을 열기를 기다리고 있다.

만약 유기동물보호소에서 동물을 입양한다면 아픈 동물을 입양하시겠습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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