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감하다

[칼럼] 왜 벌써 이별을 준비해야 하나요?

지난 6월 1일 금요일 저녁, 문화공간 ‘숨도’에서 <내 소중한 댕댕이가 나이 들고 아프면 어떡하죠?>라는 제목의 토크 콘서트가 열렸다. 이날 토크콘서트에서는 21gram의 권신구 대표와 데일리벳 이학범 수의사가 지식큐레이터로 나와 노견, 노묘의 건강과 이별에 대해 이야기를 나눴다.

 

 

1부는 강연 형식으로 진행되었지만 2부에서는 참여한 관객들과 조금 더 가까이에서 질의응답을 진행했다. 나이든 반려동물을 케어하는 방법에 대한 수의학적인 궁금증부터 실제로 반려동물을 떠나보낸 이후의 펫로스 경험까지 함께 나눠보는 시간이었다. 반려동물이라는 공감대 안에서 서로의 진심을 꺼내며 더욱 뜻깊게 공감할 수 있는 기회가 되었다.

 

이별이 다가오지 않을 것 같다

 

이날 강연의 제목이 <내 소중한 댕댕이가 나이 들고 아프면 어떡하죠?> 였는데, 그 한 문장만으로도 어쩐지 막막했다. 그러고 보면 나는 이별의 순간이 정말 다가올 것이라고 실감한 적이 없었다. 내 늙은 개의 윤기 없이 바스락거리는 털을 매만지면서도, 이제는 산책을 나가도 속도가 붙지않는 달리기를 느린 걸음으로 따라가면서도 그랬다. ‘죽음’이라는 단어를 떠올리면 마치 나의 불경한 마음 때문에 진짜로 죽음이 닥치기라도 할 것처럼, 그에 대해 생각하기를 애써 피했다.

 

 

내 늙은 개가 덜컥 쓰러지고 무지개다리를 건너고 나서, 허둥지둥 장례 업체를 검색하고 유골의 보관 방법을 몰라 나무 밑에 뿌려주고 난 뒤에야 나에게 이별을 위한 준비가 필요했다는 걸 알았다. 조금 더 시설이 쾌적하고 경건한 장례식장이 존재한다는 것, 유골을 오래 보관하거나 보석으로 간직할 수 있는 방법이 있다는 정보를 그 후에야 차근차근 찾고 받아들였다. 지금도 내 곁에 고양이 세 마리가 함께하고 있다. 지금은 이 아이들이 언젠가 늙고 나보다 빨리 세상을 떠난다는 사실을 어쨌든 ‘머리로는’ 안다. 내 반려동물이 필연적으로 사람보다 빠른 수명을 다한 뒤에도, 그 아이를 기억할 수 있는 다양한 방법이 존재한다는 걸 이제는 알기에 그래도 조금 위안이 된다. 적어도 앞으로는 성급한 이별에 유골 한 줌 남겨놓지 않은 것을 후회할 일은 없으리라.

사람은 머리가 하얗게 새거나 피부의 탄력이 떨어지고, 몸의 기능이 제 역할을 다하지 못하는 것을 느끼며 스스로 노화를 실감하게 된다. 하지만 동물은 우리에게 말로 설명해주지 않기 때문에, 결국 보호자가 나의 반려동물이 나이를 먹었다는 걸 인정하고 차차 받아들이는 수밖에 없다.

 

한 생명을 책임진다는 의미

 

반려견을 입양하거나 키우는 것에 대해서는 많은 사람들이 활발한 이야기를 나누고 정보 공유를 하지만 그에 비해 강아지의 노화나 이별에 대하여 허심탄회하게 이야기할 만한 장이 많지 않은 게 사실이다. 어린 반려견을 가족으로 맞이하면서 15년에서 20년 후 그 개가 늙고 병들면 하루 종일 사람이 곁에서 케어해 주어야 한다는 사실까지 떠올리는 사람은 별로없다. ‘평생 책임진다는 것’의 의미는 사실 내 개의 노화와 이별까지를 기꺼이 함께한다는 뜻임에도.

실제로 이날 강연하신 두 분은 우리나라는 아직 반려견이 아프거나 늙는 것에 대해서는 아예 미리 생각하지 않으려 하는 분위기인 것 같다며, 전문가의 입장에서 안타까운 마음을 전했다. 사실 강아지나 고양이는 보호자 입장에서 늙어가는 모습이 잘 보이지 않다 보니 수의학적 케어의 필요성을 못 느끼기도 한다. 하지만 반려동물의 건강 악화나 노화는 갑작스러운 이별을 맞이하게 되는 주된 요인이기도 하기 때문에, 사실은 ‘반려동물과 함께 살기’라는 전 과정의 일환으로 반드시 미리 고려되어야 하는 부분이다.

 

 

한 사람이 다른 존재의 삶에 이렇게까지 깊이 관여하는 관계가 또 있을까. 보호자의 가치관은 반려동물의 음식, 잠자리, 생활환경, 성격 형성, 심지어 생사 결정권에도 영향을 미친다. 아픈 동물을 돌보고 있는 경우 병원에서 수의사 선생님을 통해 우리가 시도해볼 수 있는 다양한 가능성과 각 처치에 따른 예측 결과에 대해 들을 수는 있지만 결국 판단은 보호자의 몫이다. 내 반려동물을 가장 잘 아는 것은 결국 가족들이기 때문이다.

 

입양은 이별을 반드시 함께한다는 약속이기도

 

21gram의 권신구 대표는 반려동물과 함께하는 삶의 마지막 단계에서, 장례가 왜 보호자에게 더욱 의미가 있는지에 대해 설명했다.

“아이가 떠난 뒤 저희를 통해 장례를 문의하시는 분들의 이야기를 들어보면, 어느 하나 간절하지 않은 사연이 없습니다. 마지막까지 정성을 다해 잘 떠나보내야 하는 이유가 부족한 아이가 없죠. 그런데 많은 분들이 반려동물이 떠나고 나서, 급박한 상태로 그제야 아이를 보내는 방법에 대해 찾으시는 경우가 많습니다. 잘 떠나보내는 것은 아이를 위해서이기도 하지만 보호자가 충분히 아이를 추모하고 스스로를 위로하는 과정이기도 합니다. 따라서 미리 장례 방법이나 좋은 시설을 파악하고 있다면 좀 더 본인이 납득할 수 있는 방법으로 아이를 보낼 수 있지 않을까요?”

 

 

반려동물이 떠난 직후 실제로 많은 보호자들이 허둥지둥 당황한다. 그간 반려견이 보내는 이별의 신호를 애써 외면했거나, 미처 알아채지 못했을 것이다. 이날 강연에서는 그런 보호자들을 위해 실제 죽음 뒤 구체적인 행동 지침에 대한 팁을 주기도 했다. 아이가 무지개다리를 건넌 것이 확인되면 혀를 깨물지 않도록 거즈를 입에 물려주거나 모포로 몸을 잘 감싸주는 것이 좋다고 한다. 사체가 하루 이틀 만에 썩지는 않기 때문에 너무 급히 수습하려 할 필요 없이 가족 모두가 모여 인사할 수 있는 시간을 갖는 것을 권했다. 누구든 처음 겪는 일이라 어쩔 줄 모르고 당황하기 마련이지만, 사실 보호자 스스로도 상처 입지 않으면서 아이를 보내주는 것도 중요한 이별의 과정이다.

반려동물을 떠나보낸 뒤 많은 사람들이 펫로스를 겪는다. 나뿐만 아니라, 많은 사람들이 ‘더 잘해주지 못한 것에 대한 후회’를 가장 크게 떠올리는 것 같다. 한 번이라도 반려동물과 이별해본 적 있는 사람들은 그 마음이 무엇인지 알기 때문에 그 다음 만남은 좀 더 신중해지고, 또 조금 더 마음을 쓰게 된다.

 

 

물론 아무리 최선을 다해도, 또 사전의 어떤 준비도 슬픔의 무게를 덜어줄 수 없을 것이다. 다만 반려동물을 위해서도 보호자를 위해서도 우리의 만남과 삶, 그리고 이별까지를 한 번쯤은 떠올려보는 과정이 필요하지 않을까. 이날 강연에서 가장 기억에 남는 한마디가 있었다. 내가 반려동물과의 만남부터 이별까지를 통틀어 아울러야만 하는 이유이기도 했다.

 

“반려동물에게는 보호자가 작은 우주입니다.”

 

 

+) 행사 당일, 소중한 나의 반려동물과 함께한 추억을 담은 액자와 이학범 대표 저 도서 1권, 노령견을 위한 영양우유 등을 받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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